영화 속의 한 장면일까, 영화와 같은 분위기의 사진일까? 시대를 초월한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는 아티스트 알렉스 프레거의 국내 최초 대규모 기획전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가 롯데뮤지엄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함축된 순간의 경계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감정을 농밀하게 녹여낸 알렉스 프레거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100여 점의 사진과 영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대중문화와 영화산업의 본거지인 LA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중문화와 영화산업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알렉스 프레거는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이미지를 사진과 영상에 담아낸다. 포착된 순간은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미스터리한 연출을 통해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찰나에 담긴 내밀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알렉스 프레거는 2001년 장 폴 게티 미술관에서 열린 윌리엄 이글스턴의 전시를 본 후 사진 매체에 빠지게 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200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의 전시를 통해 미술계에서 주목 받게 된다. 미장센 기법을 작품에 적용한 그녀는 작품 전반에 내재된 미국적인 감성과 일상적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모호하고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화적 연출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한다. 알렉스 프레거는 동시대 정치적, 사회적 상황들로 인해 겪는 여러 감정이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 내러티브를 완성한다. 이번 전시는 세상은 무대, 모든 사람은 태어나 배우로서 삶을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으로서 거듭나는 잊지 못할 영화 같은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알렉스 프레거의 초기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첫 번째 섹션은 그녀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실버레이크 지역에서 자라면서, 작품에 그 지역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그녀의 작품에서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표정, 과장된 몸짓 그리고 화려한 연출의 색감은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알렉스 프레거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 직접 겪으며 만들어낸 감정의 변화와 자신의 페르소나를 작품 속 여성 캐릭터의 모습으로 나타냈다. 그녀의 작품은 과거 로스앤젤레스에서 접했던 미디어 및 대중문화에 대한 향수를 나타내며, 영화의 스틸 컷을 떠오르게 한다.
알렉스 프레거는 영화와 대중문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 속 클라이맥스와 같은 화려하고 극단적으로 연출된 세계를 구축했다. 감시카메라와 같이 공중에서 아래를 향해 촬영하는 부감 기법을 통해 비현실적인 시각적 내러티브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녀는 문화적 공동 기억(공항 터미널, 해변, 영화관 등)을 활용해 익숙한 장면을 낯설게 포착한다. 작가는 화면 속 그 장소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등장인물들을 배치해 시간을 뛰어넘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세상을 표현한다. 이러한 알렉스 프레거의 연출은 보는 이들에게 작품 속 미묘한 상황과 등장인물들이 가진 각자의 이야기를 상상케 한다.
<플레이 더 윈드 Play the Wind> 시리즈는 로스앤젤레스의 사소하고 다양한 일상이 담긴 마을 풍경이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단편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상영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빅 웨스트 Big West>, <스피드 리미트 Speed Limit>에서 보이는 거대한 조형물과 자동차들로 꽉 찬 도로는 로스앤젤레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풍경이다. <스피드 리미트 Speed Limit>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의 <8과 1/2>에서 러시아워에 갇힌 주인공의 모습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이는 작가의 고전 영화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며 로스앤젤레스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문화적 기반을 드러낸다.
무대 공포증과 싸우는 발레리나의 이야기를 담아낸 <라 그랑드 소르티 La Grande Sortie>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의뢰로 바스티유 극장에서 촬영됐다. 주연 배우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뚜왈과 에밀리 코제트, 조연으로 은퇴한 무용수들이 출연했으며 무대 위의 등장 인물이 느끼는 불안감이 더욱 부각되도록 포착했다. 알렉스 프레거는 <라 그랑드 소르티>를 통해서 작품 속 발레리나와 공연을 보는 관객 그리고 아티스트와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 발레리나의 강박적인 춤을 따라 발레리나와 관객의 시선은 얽히고 둘의 역할 경계는 흐려진다. 이를 통해 우리도 한 명의 배우로서 연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알렉스 프레거의 2021년 신작인 <파트 1: 더 마운틴 Part 1: The Mountain> 연작은 극도의 혼란을 피사체에 담아냈다. 다수가 공감할 만한 사적인 순간을 묘사하며 이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대격변을 겪은 모두가 경험하게 된 무수히 많은 감정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가장 미국적인 요소로 표현된 인물 사진 시리즈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더 마운틴'이라는 제목은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산을 오르거나 험한 산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은 자아실현을 위한 육체적인 고행 또는 장애물을 극복하여 마침내 성공을 거두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작가는 이번 신작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거친 산을 오르다 마침내 맞이한 세상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Commentary
EXIBITION: ART TERRACE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
롯데뮤지엄의 2022년 첫 기획 전시의 주인공,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느껴지는 그녀의 작품들은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녀가 포착한 찰나의 순간 속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감정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정교한 미장센 기법(Mise-en-Scéne)과 함께 작가가 느꼈던 진솔한 감정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알렉스 프레거의 예술 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초기작부터 최근 신작까지 총 100여 점이 출품되며, 특히 작가가 제작한 대표적인 영화를 전시장에서 볼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전시명:《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
전시 기간: 6월 6일까지
전시 장소: 롯데뮤지엄
전시 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입장 마감 오후 6시 30분)
문의: 1544-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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